은행을 속였다는 업무방해는 항소심에서 무죄, 통장을 넘긴 죄만 남아 징역 1년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지인 소개로 만난 사람에게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건네자, 그 사람이 피고인을 대표로 세운 서류상 회사 두 곳을 만들었습니다. 피고인은 2020년 8월 이틀 동안 금융기관 창구를 네 번 찾아가 법인 계좌를 열었고, 15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카드와 OTP를 넘겼습니다. 이후 매달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카드를 다시 발급받아 계좌 네 개를 빌려줬고, 2021년 4월에는 15만 원을 받기로 하고 남의 체크카드 두 장이 든 상자를 수거해 보관했습니다. 이 체크카드는 경찰이 수사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고, 판결은 피고인이 넘긴 카드 등이 실제로 범행에 쓰이기도 했다고 적었습니다.
무엇을 · 어떤 명목으로
법인 계좌 접근매체 전달 4회 · 계좌 4개 대여 · 체크카드 2장 보관
유리하게 본 사정
-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
- 부모가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점
불리하게 본 사정
- 대가를 받거나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넘기거나 빌려주는 등의 행위를 한 횟수가 적지 않은 점
- 넘긴 접근매체가 범행에 쓰이기도 한 점
- 2019년경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 처벌받고도 다시 범행한 점
비슷한 상황이라면
1심은 업무방해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을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과 검사는 형량만 다퉜지만, 항소심은 직권으로 유죄 판단 자체를 다시 살폈습니다. 그 결과 업무방해 4건을 무죄로 봤고,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계좌를 빌려주고 카드를 보관했다는 부분도 무죄로 봤습니다. 대가를 받거나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넘기고, 빌려주고, 보관한 죄만 남아 징역 1년이 됐습니다.
업무방해죄는 형법 제314조 제1항으로, 속임수(위계)로 남의 업무를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에 「사업 거래」라고 쓰고 「통장 대여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것이 속임수라고 봤습니다. 항소심은 이 질문이 범죄 예방을 위한 확인·안내에 가깝고, 고객이 사실대로 답할 법적 의무가 있는지 검사가 밝히지 못했다고 봤습니다. 은행이 사업자등록증·인감증명서 같은 서류만 받고 계좌를 열어줬다면, 계좌가 열린 것은 거짓 답변 때문이 아니라 심사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카드·OTP 같은 접근매체에 대해, 넘기는 것(제6조 제3항 제1호), 대가를 받거나 약속하고 빌려주거나 보관·전달하는 것(제2호),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빌려주거나 보관하는 것(제3호)을 나눠 금지합니다. 항소심은 제3호의 「범죄」가 실제로 있었거나 예상되는 구체적인 범죄여야 하고 공소장에 특정돼야 한다고 봤는데, 검사는 법원의 요구에도 이를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대가를 약속받은 점은 인정돼 제2호 위반은 그대로 유죄가 됐습니다.
피고인이 역 물품보관함에서 수거한 체크카드 두 장은 경찰과 수사 협조자가 인출책을 붙잡으려고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습니다. 항소심은 이 카드가 실제 범죄에 쓰일 수 없는 것이어서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보관」한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다만 15만 원을 약속받고 보관한 사실은 남아, 대가를 약속받은 보관으로 처벌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