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19만 원어치를 훔쳤고, 도주가 무죄가 되면서 1심 징역 6개월이 벌금 500만 원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 4월 24일 밤, 한 매장에서 진열된 화장품 6개, 10만 7,000원어치를 가방에 넣어 나왔습니다. 2주 뒤인 5월 8일 저녁 같은 매장에서 화장품 18개, 8만 2,800원어치를 또 가져가다 매장 관리자에게 붙잡혔습니다. 출동한 경찰에게 처음엔 부인하다 CCTV를 보고 두 번 모두 인정했고,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도 가짜 이름과 생년월일을 댔습니다. 경찰이 체포 이유 등을 알린 뒤 매장 사무실에서 지켜보던 중 뒷문으로 빠져나갔고, 약 4시간 뒤 새벽 1시 30분 집에서 다시 붙잡혔습니다.
가져간 것
매장 1곳 · 18만 9,800원
유리하게 본 사정
- 피해 금액이 크지 않은 점
- 피해 금액을 모두 갚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 징역 실형을 선고하면 앞서 선고된 집행유예가 취소돼 사안에 비해 무거운 처벌이 되므로,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 점
불리하게 본 사정
- 같은 수법의 절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5개월 만에 다시 범행한 점
- 범행 현장에서 이탈해 수사력이 낭비된 점
비슷한 상황이라면
1심은 두 번의 절도와 도주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형이 무겁다고만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직권으로 도주 부분을 따져 체포가 완료되지 않았으니 도주죄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남은 절도에 대해서는 같은 수법의 절도로 집행유예를 받은 지 5개월 만의 재범이고 현장을 벗어나 수사력이 낭비됐다는 점을 불리하게 봤습니다. 그래도 피해 금액이 크지 않고 모두 갚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징역 실형이면 앞서 받은 집행유예가 취소돼 사안에 비해 무거운 처벌이 된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택했습니다.
절도(형법 제329조)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재판이 계속되는 죄여서, 이 사건에서도 처벌불원은 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사정으로만 반영됐습니다. 도주죄(제145조 제1항)는 법률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이 달아나면 성립하고 1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항소심은 여기서 「체포된 자」는 체포영장·긴급체포·현행범 체포로 체포된 사람을 말하고, 이 죄가 공무집행방해의 성격도 있어 국가기관에 실제로 넘겨지기 전까지는 도주죄의 주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적었습니다.
1심은 경찰이 범죄 사실의 요지, 체포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고, 수갑을 채우지 않았어도 사무실에 두고 감시했으니 경찰의 지배 아래 있는 「체포된 자」라고 봤습니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체포란 몸에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구속을 가해 신체활동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고, 이런 사항을 알리는 것은 체포 절차의 하나일 뿐 그것만으로 체포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있던 사무실은 뒷문이 있어 퇴로가 막히지 않은 곳이었고, 체포가 완료됐는지는 경찰의 생각이 아니라 장소의 객관적 상태로 따져야 한다고 판결은 적었습니다.
4월 24일 범행은 5월 8일 붙잡혔을 때 경찰이 매장 CCTV를 확인하면서 함께 드러났습니다. 1심에서 도주까지 합친 양형기준 권고 범위는 징역 4개월~1년 2개월이었지만, 항소심에서 남은 두 번의 절도에는 벌금형이 선택됐습니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10만 원을 하루로 쳐서 노역장에 유치하고,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벌금 상당액을 먼저 내게 하는 가납명령이 붙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