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된 동생의 수용보상금을 새 관리인에게 넘기지 않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피고인의 동생은 1986년 미국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겼고, 피고인은 2013년 법원에서 동생의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됐습니다. 2016년 동생 몫의 땅 지분이 구청에 수용되면서 보상금 13억 7,434만 9,100원이 공탁됐고, 피고인이 이를 찾아 자기 계좌에 넣었습니다. 가정법원은 피고인이 관리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며 관리인을 변호사로 바꿨는데, 피고인은 새 관리인에게 이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넘기지도 않았습니다. 뒤에 동생의 실종선고가 확정돼 이 돈은 어머니를 거쳐 피고인과 다른 동생이 절반씩 상속한 것이 됐고, 법원은 다른 동생 몫 절반에 대해서만 배임을 인정했습니다.
누구 돈 · 어디에
6억 8,717만 4,550원 (보상금의 절반)
유리하게 본 사정
- 초범인 점
- 1986년 동생이 행방불명된 뒤 사실상 자기 부담으로 동생의 재산을 관리하려 애썼고 국세·지방세를 성실히 내 온 점
- 그동안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점, 보상금을 자기 명의로 보관한 데에는 이복형제와 새 재산관리인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큰 이유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 실종선고로 재산이 피고인과 다른 동생에게 절반씩 상속됐고, 공탁금 대부분을 그대로 보관하며 마음대로 쓰지 않은 점
- 양형기준상 감경요소: 손해 발생의 위험이 크게 현실화되지 않은 점, 임무를 어긴 정도가 가벼운 점
불리하게 본 사정
- 범행으로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동생의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게 되어 손해 발생의 위험을 일으킨 점
비슷한 상황이라면
남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어겨 이익을 얻고 본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배임죄입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배임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방식(부작위)으로도 성립하고, 실제 손해가 아니라 손해가 날 위험만 생겨도 성립합니다. 법원은 재산 상황을 보고하지 않고 새 관리인에게 알리지도 넘기지도 않은 일련의 행동을 임무 위배로 봤습니다.
함께 살지 않는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361조, 제328조). 이 사건에서도 그 규정이 적용됐는데, 동생은 연락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가정법원 허가를 받은 새 재산관리인이 고소 기간 안에 낸 고소를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실종선고가 나면 실종기간이 끝난 때 사망한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 동생은 1991년 7월 8일 사망한 것으로 간주됐고, 그 결과 어머니가 동생의 재산을 상속했으며, 1997년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피고인과 다른 동생이 절반씩 물려받은 것이 됐습니다. 그래서 공소사실 중 피고인 자신의 몫이 된 절반은 자기 돈이라 손해 위험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붙일 수 있습니다(형법 제62조). 3년 이상이 법정형인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작량감경으로 처단형을 징역 1년 6개월~15년으로 낮췄고, 양형기준 권고형(감경영역 징역 1년 6개월~3년)의 가장 낮은 형을 골라 집행유예를 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