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없는 비상계단으로 40킬로 공구함을 옮기다가
무슨 일이 있었나
강동구 주차전용 건물 신축 현장에서 창호 하도급업체 대표가 근로자 두 명에게 철제 공구함(약 40kg)을 3층에서 6층으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안전난간이 있는 주계단은 멀고 좁다는 이유로, 난간이 없는 비상계단을 쓰게 했습니다. 62세 근로자가 5층에서 공구함 방향을 돌리다 발을 헛디뎌 약 4.8미터 아래로 떨어졌고, 열흘 뒤 숨졌습니다.
어떤 작업 · 무엇이 빠졌나
근로자 1명 사망 · 추락
유리하게 본 사정
- 범행을 인정한 점
-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불리하게 본 사정
- 난간 있는 주계단이 있었는데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난간 없는 비상계단을 쓰게 한 점
- 안전모 지급, 출입금지, 작업계획서 작성을 하지 않은 점
- 원청은 비상계단에 안전난간이나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은 점
비슷한 상황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제3조는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는 이 법의 처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2024년 1월부터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적용됐지만, 5명 미만은 여전히 빠져 있습니다. 상시 근로자 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방식대로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한 근로자 연인원을 가동일수로 나눠 계산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 계산이 무죄와 유죄를 가른 핵심이었습니다.
사고는 2024년 9월 아침에 일어났습니다. 하도급업체 대표는 근로자 두 명에게 약 40kg짜리 철제 공구함을 3층에서 6층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안전난간이 있는 주계단은 멀고 좁아 불편하다는 이유로 난간이 없는 비상계단을 이용하게 했습니다. 두 사람이 공구함을 맞잡고 오르다 5층에서 방향을 돌리던 중 62세 근로자가 발을 헛디뎌 바닥 끝으로 떨어졌고, 외부 비계에 부딪힌 뒤 약 4.8미터 아래 4층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근로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 뒤 숨졌습니다. 원청 현장소장도 비상계단에 난간이나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지 않고 출입을 통제하지 않은 책임으로 함께 기소됐습니다.
무죄 부분의 계산은 이렇습니다. 현장 근로자 연인원 95명에, 주 3일 근무했다는 직원 한 명의 근무일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상시 근로자가 5.5명이 되기도 하고 4.77~4.78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직원의 실제 근무일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자료가 없었고, 법원은 5명 이상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적용 요건 자체도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무죄가 났다고 처벌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산업재해 예방강의 40시간 수강명령을, 원청 현장소장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현장소장의 형은 양형기준 권고 범위(금고 8개월~2년)보다 낮은데, 범행 인정과 유족의 처벌불원이 참작됐습니다. 같은 날 올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고단3237 사건은 상시 근로자 60명 건설사라 중대재해처벌법이 그대로 적용돼 대표이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법인 벌금 5,0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