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대행 프로그램이 해외 상품을 통째로 끌어왔습니다, 상표도 사진도 남의 것이었는데 무죄입니다
이 사건, 처벌은?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6. 8. 14. 상표법위반, 저작권법위반 사건(2025노2127 (1심 2025고정863))에서 무죄 (1심 무죄, 검사 항소기각)을 선고했습니다.
- 죄명
- 상표법위반, 저작권법위반
- 선고
- 무죄 (1심 무죄, 검사 항소기각)
- 무엇을 · 어디에
- 등록상표 상품 판매글 1건 · 상품 사진·이미지 무단 게시 · 판매 0건
- 양형기준
- 상표법 제230조(상표권 침해)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저작재산권 침해)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 판결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6. 8. 14. 선고 2025노2127 (1심 2025고정863)
무슨 일이 있었나
해외직구 구매대행업을 하던 피고인은 「여성조끼」라는 키워드를 대량등록 프로그램에 넣었고, 프로그램은 해외 오픈마켓에서 팔리던 상품들을 그대로 가져와 피고인의 오픈마켓에 판매글로 올렸습니다. 그중에는 국내 의류 회사가 상표권을 가진 조끼 상품이 9만 3,000원에 섞여 있었고, 그 회사의 상품 사진과 이미지도 그대로 쓰였습니다. 검사는 상표권 침해와 저작권 침해로 기소했습니다. 이 상품은 회사의 연락을 받고 판매글을 지울 때까지 한 건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 어디에
등록상표 상품 판매글 1건 · 상품 사진·이미지 무단 게시 · 판매 0건
유리하게 본 사정
- 프로그램에 금지어 설정기능이 있었고 피해 회사의 상표도 금지어 목록에 들어 있었음
- 피고인이 금지어 기능을 믿고 게시한 것으로 보이고, 추가 확인을 안 했다는 증거가 없음
- 해당 상표가 널리 알려진 상표라는 자료가 없음
- 상품이 모조품이고 그것을 알고 팔았다는 증거가 없음
- 판매글 삭제 때까지 한 건도 팔리지 않음
불리하게 본 사정
- 인터넷에서 상표명을 검색했다면 남의 등록상표임을 알 수도 있었음(과실 가능성)
비슷한 상황이라면
상표권 침해와 저작권 침해는 고의범입니다. 남의 등록상표나 저작물이라는 걸 알면서, 적어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고도 감수하면서 써야 처벌됩니다. 몰랐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질 수 있어도 형사처벌은 안 됩니다. 이 사건은 그 고의가 증명되지 않아 1심과 2심 모두 무죄였습니다.
피고인이 쓴 대량등록 프로그램은 키워드를 넣으면 해외 오픈마켓의 해당 상품들을 그대로 가져와 판매글로 올려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가품이나 남의 상표 상품까지 딸려 올 수 있어서 금지어가 들어간 상품을 자동으로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었고, 프로그램 운영자가 수강생들에게 나눠 준 금지어 목록에는 피해 회사의 상표도 들어 있었습니다. 피고인도 그 목록을 등록해 둔 것으로 보였습니다.
검사는 금지어가 등록된 시점을 확인할 수 없고, 프로그램이 개발 초기라 오류가 많았으며, 판매 화면에서 상표가 쉽게 보였다는 점을 들어 항소했습니다. 1심은 금지어 기능을 믿고 아무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올렸다면 미필적 고의가 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판매글을 하나하나 검토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단순 부주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항소심은 몇 가지를 더 짚었습니다. 그 상표가 누구나 아는 유명 상표라는 자료가 없었고, 한 건도 팔리지 않은 걸 보면 인지도가 높지도 않아 보였습니다. 또 상표권 침해죄가 되려면 그 물건이 모조품이고 피고인이 이를 알았다는 점이 증명돼야 하는데, 그런 증거도 없었습니다. 민사에서는 상표법 제112조에 따라 고의가 추정되지만, 그 추정은 형사재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판결과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쇼핑몰에 전파차단기 광고를 올린 판매자도 「연동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등록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사건에서는 판매자가 안테나별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자동 등록됐다는 자료도 없어 유죄였습니다. 이 사건은 금지어 목록이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었기에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무죄가 났다고 해서 남의 상품 사진을 그대로 쓰는 것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재판부도 상표명을 검색해 봤다면 남의 등록상표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과실의 여지는 인정했습니다. 형사처벌의 문턱인 고의에 못 미쳤을 뿐, 상표권자가 민사로 판매 중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