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cm 동맥류를 알고도 허리 수술, 그래도 무죄
무슨 일이 있었나
2014년 천안의 한 신경외과 병원. 68세 환자는 허리 디스크로 입원했을 때 이미 지름 5.4cm의 복부대동맥류가 확인된 상태였습니다. 원장은 내과 치료를 권하며 다른 병원에 전원했지만 그 병원은 추적관찰만 권하고 환자를 돌려보냈고, 원장은 이후 두 달 동안 허리 관련 시술을 세 차례 했습니다. 6월 30일 아침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당직 의사가 없어 전화 지시로 응급조치가 이뤄졌으나, 대동맥류 파열로 숨졌습니다.
어떤 처치 · 무엇이 빠졌나
복부대동맥류 파열 · 사망
유리하게 본 사정
- 지름 5~6cm 대동맥류의 1년 내 파열 가능성은 3~15% 정도로, 이 환자에게 파열을 구체적으로 예견할 사정이 없었음
- 두 달 사이 세 차례 촬영에서 대동맥류 크기에 변화가 없었음
- 수술 전 대동맥류를 설명하고 내과가 있는 병원으로 실제 전원했으나 그 병원이 추적관찰만 권하고 돌려보냄
- 감정기관들이 응급조치와 전원 시점이 적절했다고 평가
- 대동맥류는 파열되면 사망률이 80~90%로, 시설과 외과의가 있었어도 사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봄
불리하게 본 사정
- 대동맥류 파열에 대처할 외과의·시설이 없고 야간 당직 의사도 없는 병원에 입원시킨 점
- 파열 당시 의사가 없어 전화 지시로 응급조치가 이뤄진 점
비슷한 상황이라면
의료사고로 환자가 숨지면 의사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되고,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268조). 그런데 유죄가 되려면 두 가지가 모두 증명돼야 합니다. 하나는 같은 분야의 평균적인 의사라면 결과를 예견하고 피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과실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실이 없었다면 환자가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과관계입니다. 이 사건은 두 번째 요건에서 결론이 뒤집혔습니다.
2심은 먼저 예견 가능성을 봤습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서에는 지름 5~6cm 대동맥류가 1년 안에 파열될 가능성이 3~15% 정도라고 적혀 있었고, 두 달 사이 세 번 찍은 영상에서 크기 변화도 없었습니다. 대동맥류는 대부분 증상 없이 갑자기 터져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학회 의견도 나왔습니다. 원장이 수술 동의서에 대동맥류를 적어 설명하고 실제로 내과가 있는 병원에 전원했는데, 그 병원이 추적관찰만 권하며 「디스크 수술부터 하라」고 돌려보냈다는 사정도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전원이었고, 내과의 판단을 믿고 진료를 이어간 것을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당직 의사가 없어 파열 당시 전화 지시로 응급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은 재판부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감정기관들은 곧바로 상급병원으로 옮기기보다 초기 응급조치 후 이송한 것이 적절했다고 봤고, 무엇보다 대동맥류는 파열되면 사망률이 80~90%에 이르러 수술 설비와 외과의가 있었더라도 사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주의의무를 다했으면 살았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은 이상 유죄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이고, 대법원(2024도3966)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사고 뒤 확정까지 약 10년이 걸렸습니다.
같은 목록의 의료사고 판결을 보면 사망 사건에서도 벌금 2,000만 원부터 금고 1년 5개월 실형까지 나왔습니다. 실형이 나온 사건은 알람이 시끄럽다며 산소포화도 경보 하한을 71로 내려놓은 경우였고, 마취제 과다투여 사건도 금고형이었습니다. 이처럼 의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건과 달리, 이 사건은 환자에게 위험한 질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의사의 형사책임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소송경과
1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7고단2403 (2020. 8. 19.) 벌금 500만 원 → 2심 대전지방법원 2020노2809 (2024. 2. 14.) 원심 파기, 무죄 → 대법원 2024도3966 (2024. 5. 9.) 상고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