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등기는 「양도」가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7,000만 원을 돌려주지 못해 지급명령과 판결까지 받았습니다. 그러자 아내 명의로 된 양양의 토지·건물을 친동생에게 파는 것처럼 계약서를 쓰고, 동생이 아내에게 돈을 빌려준 것처럼 계좌이체로 꾸민 뒤 동생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해두었습니다. 검사는 임대인을 강제집행면탈로, 동생을 방조로 기소했습니다.
누구의 돈 · 어떻게 빼돌렸나
보증금 7,000만 원 미반환 · 부동산 3필지에 가등기
유리하게 본 사정
- 가등기는 청구권을 보전할 뿐 소유명의가 바뀌지 않아 「재산의 허위양도」로 볼 수 없음
- 허위로 꾸민 차용금 채무는 아내가 진 것이지 피고인 본인이 진 채무가 아님
- 부동산은 아내 명의로, 피고인에 대한 강제집행 대상(책임재산)으로 볼 수 없음
불리하게 본 사정
- 법원도 강제집행을 피하려는 의도와 동생의 인식은 인정함
- 부동산 가치가 담보채무를 빼면 거의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음
비슷한 상황이라면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허위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하는 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327조).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이런 행위를 하면 채권자가 실제로 손해를 봤는지와 상관없이 성립하는 위태범입니다. 그래서 재판부는 부동산에 근저당이 많아 남는 가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대법원 98도2474 등), 빚을 피하려는 의도와 동생의 인식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도 무죄가 나온 것은 형법이 정한 행위 유형에 딱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허위양도는 양도할 진의 없이 소유명의를 바꾸는 것인데(대법원 2001도4759), 가등기는 나중에 소유권이전을 청구할 권리를 보전하는 등기일 뿐 소유명의가 바뀌지 않습니다. 가등기만으로는 순위보전 효력밖에 없어 허위채무 부담으로도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87도1260)도 인용됐습니다. 동생이 돈을 빌려준 것처럼 꾸민 부분도 채무자로 적힌 사람이 피고인의 아내였지 피고인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재판부는 한 걸음 더 나가, 설령 가등기를 허위양도로 보더라도 이 부동산은 아내 명의라 피고인에 대한 강제집행 대상, 즉 피고인의 책임재산이 아니므로 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강제집행면탈죄의 객체는 채권자가 실제로 강제집행이나 보전처분을 할 수 있는 채무자의 재산이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16도19982)에 따른 것입니다. 검사가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돼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형사 무죄가 세입자에게 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판결문 각주에 따르면 세입자가 동생을 상대로 낸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법원은 매매예약을 취소하고 가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고, 이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같은 행위라도 형사처벌은 형법 조문에 정확히 들어맞아야 하지만, 민사의 사해행위취소(민법 제406조)는 채권자를 해치는 법률행위면 취소할 수 있어 범위가 넓습니다. 같은 목록의 강제집행면탈 사건에서도 무죄 둘, 벌금 둘, 징역형 하나로 갈렸습니다.
소송경과
1심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22고단416 (2023. 5. 3.) 무죄 → 2심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노154 (2024. 2. 6.) 검사 항소기각 → 대법원 2024도3476 (2024. 5. 17.) 상고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