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19년 11월, 구인 사이트에서 「경리 구함」 광고를 보고 연락했습니다. 만난 여성은 사업자등록증과 위임장이 든 봉투를 주며 은행에 가서 법인 계좌를 만들어 오라고 했습니다. 「은행에서 그 회사 직원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라」는 말도 함께였습니다. 여성은 은행 근처까지 따라와 밖에서 기다렸고, 계좌를 만들어 나오자 통장·현금카드·OTP를 받아 가고 5만 원을 줬습니다.
내 이름이 쓰인 곳
법인 명의 계좌 1개 (통장·현금카드·OTP) · 같은 방식 여러 차례
유리하게 본 사정
- 초범
- 실제로 받은 돈이 5만 원
- 조직의 전모는 몰랐다고 인정됨
불리하게 본 사정
- 은행 확인서에 직원이라고 허위 기재
- 같은 방식을 여러 차례 반복
비슷한 상황이라면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카드·OTP를 남에게 넘기는 행위를 여러 갈래로 나눠 금지합니다. 「양도」는 처분권까지 완전히 넘기는 것이고, 「전달」은 처분권과 상관없이 물건을 건네는 사실행위이며, 「대여」는 빌려주는 것입니다. 갈래마다 적용 조문이 다릅니다.
1심 부천지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계좌를 받아 간 사람도 같은 조직의 일원이니 조직 안에서 물건이 오간 것일 뿐 처분권이 넘어간 「양도」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논리 자체는 받아들여졌습니다.
항소심에서 검사는 적용 조문을 「양도」에서 「대가를 받고 전달」로 바꾸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했고 법원이 허가했습니다. 심판 대상이 바뀌었으니 1심 판결은 그대로 둘 수 없게 되어 파기됐습니다. 대법원도 법인 계좌의 접근매체를 넘겨 그 법인의 뜻대로 쓰이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전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도7840, 2021도14922).
다만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전달했다는 부분은 항소심에서도 무죄였습니다. 광고 내용, 받은 돈이 5만 원인 점, 전과가 없는 점에 비추어 보이스피싱에 쓰일 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까지 유죄였다면 형이 훨씬 무거워졌을 자리입니다.